“맞고나니 귀가..” 김치 싸대기로 이름 날린 유명배우, 9년만에 전한 충격적인 당시 상황
한국 드라마에만 있는 장르가 있습니다. 바로 ‘막장 드라마’입니다.
막장 드라마란 출생의 비밀, 고부갈등, 삼각관계, 불륜, 패륜, 물질만능주의 등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들을 비현실적인 수준으로 자극적으로 연출해 오히려 현실성을 떨어뜨리는 드라마를 일컫는 말인데요.
외국인도 안다고?!
막장 드라마는 주로 개연성이 결여된 터무니 없는 서사를 보이는데, 이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지만 몇몇 장면들은 웃음을 유발해 일명 ‘밈(Meme)’처럼 온라인상에서 퍼지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드라마 ‘사랑했나봐’에서 ‘예나, 선영이 딸이에요’라는 말을 들은 남자가 입에서 오렌지 주스를 주룩 흘리는 장면, ‘아내의 유혹’에서 여자 주인공이 점 하나를 찍자 모두가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장면, ‘오로라 공주’에서 ‘암세포도 생명’이라고 말하는 남자 주인공의 대사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장면이라 불리며 막장 드라마 속 제일 임펙트 있는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건 일명 ‘김치 싸대기’ 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악! 내 귀… 고열까지 시달려
김치 싸대기 신은 MBC 드라마 ‘모두 다 김치’에서 탄생했습니다. 해당 장면은 여자 주인공의 엄마(이효춘 분)가 막말을 서슴지 않는 사위(원기준 분)를 향해 비닐봉지에서 갓 꺼낸 김치로 싸대기를 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 화가 난 주인공이 물이나 음료수를 상대 배우의 얼굴에 뿌리거나 뺨을 내리치는 장면은 빈번했습니다. 하지만 김치를 집어 들어 상대방의 얼굴에 묵직한 타격감을 준 건 처음이었습니다.
빨간 양념이 가득 묻은 배추가 철썩이는 소리와 함께 시원하게 남자 배우의 얼굴과 목에 내리꽂히는 장면은 현실성이 부족했지만, 그럼에도 묘한 중독성과 쾌감을 일으켰습니다.
이러한 탓에 드라마는 몰라도 김치 싸대기 장면은 아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김치 싸대기 장면을 패러디하는 영상들도 생겨났으며, 심지어 미국 네티즌들에게까지 인기를 끄는 ‘밈’이 되곤 했습니다.
이렇듯 김치 싸대기 장면은 한국 막장 드라마 역사상 역대급 장면으로 손꼽힙니다. 하지만 정작 김치 싸대기를 직격으로 맞으며 연기해야 했던 배우 원기준은 그 장면을 촬영하던 순간이 악몽과도 같았다고 고백했습니다.
원기준은 과거 일일드라마의 황태자들을 주제로 방송된 KBS ‘아침마당’에 출연했습니다. 그는 김치 싸대기 신에 대해 “한국 드라마 따귀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 같다. 대본에는 ‘김치로 때린다’ 정도만 적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효춘 선생님이 김치를 제 가슴팍에 흔들면서 ‘우리 딸 김치가 어때서?’ 하실 줄 알았다. 그런데 나중에 감독님이 ‘그냥 싸대기를 한 대 날리시죠’ 하더라. 시원하게 때리자고 해서 그렇게 탄생하게 됐다. 이렇게까지 회자가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김치로 맞고 열이 났다. 고춧가루가 귀에 다 들어가서 면봉 두 통을 다 썼다”고 털어놓으며 김치 싸대기 신을 찍었던 게 악몽같았다 회상했습니다.
재밌다고 했다가는 바로 00됩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떨까. 법무법인 ‘최선’의 박성진 변호사는 갖가지 음식물을 상대방에게 끼얹을 경우 되레 폭행죄로 고소를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당장 속이야 시원할 수 있겠지만 추후 법적 분쟁에 휘말려 힘들게 맘고생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박 변호사는 “물이든, 주스든, 김치든, 파스타든, 어떤 종류의 음식을 폭행 수단으로 썼느냐에 따라 처벌 수위가 딱 정해진다고 볼 수는 없다”며 “폭행의 동기나 당시의 정황, 피해자의 피해 정도, 때린 사람의 폭행 전과 유무에 따라 처벌 수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모두 다 김치’에서 은희의 김치를 세게 맞은 동준에게 아무런 상처가 생기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은희의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규정된 폭행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박 변호사는 “동준의 피해가 크지 않았으므로 은희가 초범일 경우 통상 100만원 내외의 벌금을 내는 선에서 형량이 결정된다”면서 “은희가 동준의 치졸한 악행으로 인해 너무 화가 치밀어서 김치를 던졌다고 하소연한다면 판사가 은희의 형량을 결정할 때 어느 정도 감안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은희의 김치를 동준이 날렵하게 피해서 맞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희가 단순히 동준을 ‘향해’ 김치를 던진 것만으로도 유형력 행사에 해당돼 처벌받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렇듯 막장 드라마는 떨어지는 현실감과 질낮은 작품성 탓에 촬영하는 배우도 쉽지 않고, 작품 자체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SBS ‘펜트하우스’, MBC ‘왔다 장보리’의 사례처럼 막장 드라마를 보는 사람이 많고 시청률도 쉽게 만들어집니다.
또 높은 시청률을 견인해 방송국의 간판 드라마가 되기도 하고 김치 싸대기처럼 특정 장면이 유행처럼 번지며 웃음을 주기도 합니다.
자극적인 장면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높은 시청률이라는 딜레마에 빠진 한국의 막장 드라마가 앞으로 어떻게 변모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