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아파트 하락에 이어 강남권으로 불리는 강동구도 집값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서울 강동구 아파트값이 하락 전환했습니다. 강동구 대장 아파트인 ‘고덕그라시움’ 가격이 떨어진 여파입니다.
약 5000가구에 달하는 이 단지에서 실거래가가 떨어진 것은 물론, 호가를 낮춘 매물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집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두고 있습니다.


28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이 0.04% 상승한 가운데, 강동구 아파트값은 0.02% 하락했습니다.
고덕그라시움 전용 74㎡는 12월들어 15억3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같은 면적 동일 타입의 직전 거래는 지난 8월 16억6000만원이었습니다.


가장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도 가격이 떨어졌습니다. 지난 10월 20억원에 거래됐던 전용 84㎡는 지난달 18억5000만원에 팔렸습니다. 두 매물은 같은 동 12층과 13층으로, 같은 크기에 한 층 차이인데 한 달 만에 1억5000만원이 하락한 것입니다.
나와있는 매물들이 팔리지 않다보니 호가도 내려가고 있습니다. 5000만원에서 1억원씩 몸값을 낮춘 매물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억5000만원에 등록된 전용 84㎡ 매물은 지난주 5000만원 깎아 19억원이 됐고, 17억원이던 전용 74㎡ 매물은 1억원 낮춘 16억원이 됐습니다.
하지만 15억5000만원에 나온 전용 74㎡ 매물도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15억원이던 전용 59㎡ 매물은 지난주 5000만원 깎은 14억5000만원이 됐습니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실거주 기간 2년을 채운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고, 때마침 금리인상 등이 겹치며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라고 설명합니다. 고덕그라시움은 2019년 9월 준공한 4932가구 대단지로, 입주 3년차를 맞았습니다.
고덕동 A 중개업소 관계자는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이 12억원으로 늘지 않았느냐. 세금을 1억원 정도만 내면서 처분할 수 있으니 집을 내놓으려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근의 B 중개업소도 “여름만 해도 매물 확보에 비상이 걸렸었는데 이제는 빨리 팔아달라는 연락을 받는다. 집주인들로부터 호가를 낮추겠다는 문의도 들어오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추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보니 집주인들의 선택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하락거래를 거부하고 매물을 거두는 한편, 아예 급매로 빨리 팔아치우려는 집주인도 있습니다. 아파트실거래(아실)에 따르면 고덕그라시움의 매물은 지난달 28일 241개였지만, 이날 기준으로는 197개다. 한 달 만에 18%의 매물이 줄어든 셈입니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내년에 매물이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근 C 중개업소 관계자는 “여야 대선 주자들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거론하지 않느냐”며 “양도세를 줄일 수 있는 내년에 집을 내놓고 싶다는 집주인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내년은 지하철 9호선 4단계가 착공되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공사는 현재 9호선 종착역인 중앙보훈병원역을 연장해 고덕지구까지 연결하는 사업으로, 내년 착공해 2027년 개통이 예정됐습니다.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면 가격이 더 오를 수 있습니다. 현재 매물이 1주택자 물량 위주라면 내년에는 가격 상승과 양도세 절세를 노린 다주택자 매물까지 추가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을 5개 권역으로 나눴을 때 강동구가 포함된 동남권의 매매수급지수는 94.6으로, 서울 평균보단 높지만 여전히 ‘사자’보다 ‘팔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집값 하락세가 포착되자 정부는 고점론에 힘을 더하고 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3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실거래가로 10월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가 하락 전환했고 11월에는 서울 전역까지 0.91% 하락했다”며 “최근 주택매매시장은 거래 위축이 있지만, 주요 지역에서 하락 사례가 확산하는 등 하향 안정 흐름으로 전환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