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 당첨 커트라인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천의 경우 올해 분양 아파트의 전용 84㎡ 당첨 커트라인 평균이 24점에 불과합니다.
작년 4분기(평균 48점)의 절반으로 떨어졌습니다. 최근 분양한 인천 ‘송도럭스 오션SK뷰’는 전용 84㎡에서 청약 가점 17점인 신청자가 당첨되기도 했습니다.

경기도의 전용 84㎡ 커트라인 평균도 28점으로 내렸다. 작년 4분기 43점에서 크게 떨어진 것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포스코건설이 지난달 분양한 ‘더샵 송도 아크베이’는 486가구 모집에 2만2848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47대1을 기록했습니다. 부동산 시장 부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몰려 이목이 집중 됐습니다.

그런데 이달 7~12일 계약을 진행한 결과, 계약률이 80%에 그쳤습니다. 미계약 물량 20%, 10명 중 2명꼴로 계약을 포기한 것인데요.
가격이 엄청나게 높았던 게 아니었습니다. 수요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9억원 미만으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이 아파트에 당첨됐다가 포기하면 앞으로 10년 간 다른 아파트에 청약할 수 없는 벌칙까지 당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계약을 포기한 것은 ‘괜히 구입했다가 앞으로 가격이 떨어져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지방에서는 분양조차 제대로 안 되는 아파트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청약 일정에 들어간 경북 경주시 ‘KTX신경주역 더 메트로 줌파크’ 특별 공급에선 345가구 모집에 단 1명만 신청했습니다.
경주 뿐 아닙니다. 통계를 보면 지난달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 단지 35곳 중 1순위 마감에 성공한 단지는 23곳(65.7%)에 그쳤습니다.

‘경주 엘크루 헤리파크’ 등 아홉 단지(25.7%)는 2순위 청약에서도 미달됐고, 청약 기간 중 분양을 마감하지 못하는 단지 비율은 작년 1분기 6.8%에서 4분기 16.5%로 늘었습니다.
결국 지방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작년 11월 1만2622가구에서 12월 1만6201가구로 한 달 사이 28%나 늘었습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집계하는 미분양 물량은 작년 중반 역대 최소 수준으로 줄었다가, 작년 연말부터 지방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계약이 잇따르면서 ‘무순위 청약’ 물량이 대거 나오고 있습니다. 작년 10월엔 591가구 규모였는데 지난달엔 전국 31곳에서 1332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이 접수됐습니다. 그만큼 당첨 후 포기하는 물량이 많다는 뜻입니다.

흔히 ‘줍줍(미분양 아파트를 줍는다는 뜻)’이라고 부르는 무순위 청약은 청약 통장이 필요 없고, 100% 추첨으로 당첨자를 가립니다.
전국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청약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던 작년 상반기만 해도 간혹 무순위 청약 물량이 나오면 경쟁률이 수만 대1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줍줍 시장에도 찬바람이 붑니다. 작년 10월 분양한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리버리치’는 12월부터 이달까지 네 차례 무순위 청약을 받았는데 결국 분양 마감에 실패했습니다.
이 단지는 청약 당시 평균 경쟁률 53대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였는데, 당첨자들이 줄줄이 포기하더니 줍줍마저 완판에 실패했습니다.

그나마 분양 자체가 귀한 서울은 사정이 좀 낫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청약 경쟁률이 눈에 띄게 낮아졌습니다.
이렇게 분양 인기가 추락한 것은 작년 말부터 주택 경기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으로 무주택 수요자들의 자금 마련도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특히 수요자들은 가격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수년 간 집값이 오르면서 분양가도 덩달아 올라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덜컥 아파트를 분양받아 상투를 잡았다가, 집값이 내려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식어버린 청약 시장 분위기가 단기간에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합니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대출 규제와 금리 추가 인상 우려까지 있어 분양 시장에 한동안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높거나 대출이 쉽지 않은 아파트, 입지 여건이 좋지 않은 단지에선 무더기 미분양 사태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내 집 장만 수요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다. 3기 신도시 사전 청약 등 저렴한 분양가의 공공 아파트는 여전히 관심이 높습니다.
지난달 진행된 고양 창릉, 남양주 왕숙,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 공공 분양 사전 청약에는 적지 않은 수요가 몰렸고, 청약 통장에 매달 10만원씩 최소 15년 이상을 납입한 사람만 당첨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시장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