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서울 빌라 매매 시장에서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매물 거래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빌라 매매(7619건) 중 전용 60㎡ 이하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89.5%(6818건)에 달했습니다.

매매된 빌라의 거의 10건 중 9건으로, 실거래가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1분기 기준으로 가장 높은 비중입니다.
소형 빌라의 인기가 치솟은 가장 큰 원인은 아파트값 급등입니다. 소득과 자산이 적어 아파트 매수가 어려운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형 빌라 매수에 몰리는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여력은 별로 없지만 내 집 마련이 조급해진 사람들이 소형 빌라를 산다”며 “빌라에 실제 들어가지 않고 다른 곳 전세를 살다가, 빌라 가격이 오르면 이를 팔아 아파트로 상향 이동하겠다는 계획을 가진 사람도 많다”고 했습니다.
거래된 소형 빌라의 98%는 6억원 이하로 나타났습니다. 6억원은 보금자리·디딤돌 대출 등 금리가 낮은 정부 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기준금액입니다. 매매가격 3억원 이하의 거래 비중은 61.2%(4170건)입니다.

빌라 인기는 작년부터 본격화됐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주택유형별 매매통계를 보면, 작년 서울 전체 주택 매매건수(12만6834건) 중 다세대나 연립 같은 빌라 매매 거래가 6만4821건으로 51.1%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200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2020년(37.9%)과 비교하면1년 만에 13.2%포인트 급증했습니다.

서울을 지역별로 보면 은평구의 빌라 매매 비중이 69.4%로 서울 25개 구(區)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은평구에서 거래된 주택 10채 중 7채는 빌라였던 것입니다. 이어 강북구(69.2%), 광진구(63%), 강서구(62.4%), 양천구(61.9%) 순으로 빌라 비중이 높았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 소형 빌라의 인기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2+2년’ 갱신계약을 했던 전세물건이 시장에 나온다. 그러면 전셋값이 크게 뛰어 오를 수 있습니다.
이런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 중 일부가 소형 빌라 매수로 갈아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투자 수요가 가세할 수도 있습니다. 새 정부가 전용 59㎡ 이하 소형 빌라를 주택 수 합산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투자 목적의 빌라 매매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아파트와 비교해 환금성이 좋지 않고, 정부 정책은 언제든 바뀔 수 있어 유의해야 합니다.

서울시가 최근 강남구 압구정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아파트지구, 성동구 성수 전략정비구역 등 4곳을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한 요인 중 하나도 빌라 인기에 있습니다.
압구정동 등 4개 지역은 지난해 4월 27일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돼 1년 만인 지난 4월 26일 지정 기간이 만료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내년 4월 26일까지로 기간을 1년 더 연장됐습니다.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기준 면적이 넘는 규모의 주택이나 상가, 토지 등을 거래할 때는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정부는 토지거래 허가 대상의 기준을 기존 대지면적 ‘18㎡ 초과’에서 ‘6㎡ 초과’로, 상업지역은 ‘20㎡ 초과’에서 ‘15㎡ 초과’로 강화했습니다.

투기 수요가 도심의 소형 평형 아파트와 연립, 빌라, 다세대주택 등으로까지 번지자 기준을 강화해 투기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