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이자만 100만원’ 죽고싶어요, 전세집에서 쫓겨나게 생겼습니다
오는 8월 계약갱신청구권이 끝나는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전세 세입자(전용면적 84㎡ 기준)는 최소 3억원 이상 올려줘야 계약 연장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계약갱신이 끝나는 전세 물량은 8월부터 1년간 월평균 6000가구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보다 1만1000가구 줄어든 새 아파트 입주 물량, 사상 최대로 벌어진 매매·전세 가격 격차까지 겹쳐 하반기 전세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12일 한국경제신문이 서울 핵심 주거지 6개 단지(반포자이, 은마,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헬리오시티,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우장산힐스테이트·전용 84㎡ 기준)의 최근 1년간 전세계약을 전수 분석한 결과눈

갱신청구권 행사 전셋값과 일반 계약의 차이는 평균 2억7000만원이었습니다. 갱신청구 기간이 끝나는 전세 세입자가 같은 집에 거주하기 위해 올려줘야 할 최소 인상폭인 셈입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8월부터 내년 7월까지 1년간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전세 물량 7만1000가구가 시장에 나옵니다.

서울 전체 거래량의 15%에 이른다. 한국경제신문이 작년 6월부터 현재까지 국토교통부에 신고한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 전셋값은 신규 전세 계약가(평균 17억1900만원), 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은 기존 일반계약(15억5800만원), 청구권을 사용한 전셋값(13억8000만원)으로 삼중화됐습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단지는 신규 계약 시 평균 9억5000만원, 갱신요구권을 사용하지 않으면 평균 7억1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청구권을 쓰면 평균 6억3200만원에 재계약을 맺었습니다. 청구권을 소진한 세입자는 3억원가량의 자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합니다.

비강남 지역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신규 계약(10억4600만원)과 갱신요구권을 사용하지 않은 재계약(9억원), 5%만 인상한 계약(7억9300만원)으로 가격이 형성됐습니다.
공급 가뭄까지 겹쳐 최근 전세 최고가 계약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서초구 잠원동 반포센트럴자이 전용 114㎡ 전세는 지난 5일 보증금 21억원에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역대 최고가로, 직전 전셋값(19억원)보다 2억원이나 올랐습니다. 동작구 흑석동 ‘흑석한강센트레빌2차’는 3월 말 전용 146㎡ 전세가 역대 최고가인 16억원에 계약됐습니다.
동작구 G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이달 들어 전셋값을 5000만원씩 올렸다”며 “전세 물량은 나오는 대로 소진돼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대출 규제 정상화로 전셋값 인상분을 대출받기는 수월해졌지만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현재 3~4%대인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이뤄지면 연말 5%대까지 오를 전망입니다.
1억원당 월 40만원, 3억원이면 월 120만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9억원 초과 1주택자는 여전히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어 본인 집 전셋값을 올려 전셋값 인상분을 충당해야 하는 만큼 연쇄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향후 전셋값을 자극하는 요인은 한둘이 아닙니다. 수급 모두 최악입니다. 올해 서울 지역 입주 물량은 9년 내 최저 규모입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은 2만1417가구로 추정된다. 2013년(2만768가구) 이후 가장 적은 물량이고 작년(3만2689가구)에 비해선 1만 가구 이상(34%) 감소했습니다. 2023년(2만3975가구)과 2024년(1만1181가구)에도 입주 가뭄은 지속됩니다.
전셋값과 매매가 차이가 6억원 이상 벌어진 것도 자극 요인으로 꼽힙니다. 집값 급등으로 매매로 갈아타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2억7722만원으로, 전셋값 평균 6억7570만원과 차이가 6억원에 달한다. 5년 전 전세·매매 차이는 1억9000만원 수준이었습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투자 수요가 포함된 매매와 달리 전세 시장은 철저히 실수요로 움직이기 때문에 공급과 수요에 민감한데 수급 상황이 악화일로”라고 우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