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매수심리가 하락하면서 청약시장도 침체하고 있습니다. 집값 고점 인식이 확산하면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여파입니다.
특히나 지난해 ‘로또분양’으로 여겨졌던 서울 청약시장도 예외가 아닙니다. 올해들어 미달과 미계약 세대들이 나오더니 무순위 청약도 시큰둥한 모습입니다. 최근에는 분양가를 할인하는 아파트까지 등장했습니다.

2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29.7대 1로, 지난해 124.7대 1의 4분의 1이 채 되지 않는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아파트 청약 시장 열기가 꺾이면서 미분양 물량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미분양 아파트는 전월 대비 약 90% 증가한 688가구에 달했습니다.

올해 2월 47가구였던 것이 3월 180가구 4월 360가구 5월 688가구로 급격히 늘며 3년 2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청약 시장이 부진한 이유로는 부동산 시세 하락이 꼽힙니다. 부동산 가격이 우상향을 지속하면 분양가가 다소 비싸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하락세를 보이니 소비자들이 가격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평가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지난달 첫째 주 0.01%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1월 셋째 주(17일) 이후 하락과 보합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5월 다섯째 주부터는 4주 연속 하락했는데, 올해 들어 하락 폭만 0.18%에 달합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30대 무주택 직장인 최모씨는 열심히 넣던 아파트 청약을 최근 끊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상투를 잡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그는 “소득 기준을 몇 만원 넘겨 결국 떨어지긴 했지만, 2년 전 서울의 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일이 있다”며 “당시 분양가는 전용 59㎡에 6억원 정도였는데 이제는 9억원에 육박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요즘 집값이 내려가고 미분양도 늘지 않느냐”며 “비싸게 분양받고 원리금 부담을 짊어졌다가 집값이 더 내려갈까 걱정”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집값 하락 우려가 커지면서 대형 건설사가 서울에 공급하는 브랜드 아파트도 무순위 청약으로 내몰렸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아파트는 미계약으로 남는 가구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강북구에서 1순위 청약을 진행한 ‘북서울 자이 폴라리스’는 전용 84㎡ 분양가가 최고 10억3100만원에 달해 결국 무순위 청약을 겪었습니다. 같은 지역에 공급하지만,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약 11억5000만원으로 더 비싼 ‘한화 포레나 미아’도 139가구가 미분양됐습니다. 오는 29일 2차 무순위 청약을 진행합니다.
결국 몸값을 깎는 아파트도 등장했습니다. 지난 3월 청약에서 총 216가구 가운데 196가구 미분양이 발생한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세 차례 무순위 청약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자 분양가를 15% 할인하기로 했습니다.

당초 분양가는 전용 59㎡ 8억6120만~8억7910만원, 전용 78㎡ 10억1630만~11억4780만원이었지만,
할인 후 전용 59㎡ 6억8000만~7억8500만원, 전용 78㎡ 8억6385만~9억7563만원이 됐다. 8억원대 아파트가 6억원으로, 10억원대 아파트가 8억원대로 떨어진 셈입니다.

업계에서는 서울에 분양가 상한제 단지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탓이라고 진단합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은 단지들이 가격을 인근 시세보다 높게 책정하면서 수요자들의 외면을 샀다는 것입니다.
한 관계자는 “미분양 단지 대부분은 분양가 상한제 미적용 단지”라며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비싸니 청약 매력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된 브랜드 아파트라면 청약 경쟁률이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