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사면, 무이자로 해줄게” 최근 집주인들 태세전환하는 지역

서울 아파트 시장의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조짐입니다.

서울 외곽 지역에서 시작된 집값 하락세가 마포·성동 등 강북 인기 주거지를 거쳐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로까지 확산하고 있습니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로 강남3구는 버틸 것이란 전망을 무색케 하고 있습니다.

송파구에서 최고 인기 아파트로 통하는 엘스(5678가구), 리센츠(5563가구), 트리지움(3696가구)에서 수억원씩 가격이 내려간 실거래가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잠실동의 이 세 아파트는 줄여서 ‘엘리트’라 불리면서 송파 집값을 주도해 왔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잠실 트리지움 전용면적 84㎡ 매물이 지난 5월 초 21억8000만원에 팔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작년 9월 기록한 최고가(24억5000만원)보다 3억원 가까이 내린 가격입니다. 이번에 팔린 매물은 4층이고, 작년 9월 신고가 매물이 18층인 것을 감안해도 큰 격차입니다.

이 단지는 고층 매매가격도 꽤 내려갔습니다. 5월 중순 26층과 22층 매물이 각각 23억원에 거래된 것입니다. 작년 9월 가격과 비교하면 1억5000만원 내린 것입니다.

주변 리센츠와 엘스에서도 이전 최고가보다 3억~4억원 내린 가격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리센츠 전용면적 84㎡의 경우29층 매물이 최근 22억5000만원에 팔렸는데,

직전 최고가 26억5000만원(17층)보다 4억원 급락한 것입니다. 또 엘스에선 전용면적 84㎡ 11층 매물이 23억5000만원에 팔려 직전 최고가 27억원(14층)보다 3억5000만원 내렸습니다.

이밖에 잠실의 또다른 대단지 아파트인 레이크펠리스 전용면적 84㎡의 경우 9층 매물이 22억3000만원에 팔려 이전 24억8000만원보다 2억원 넘게 내렸습니다.

강남도 가격 하락을 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전용 128㎡)은 38억5000만원에 팔려, 5월 직전 최고가(41억4000만원)보다 3억원 넘게 내렸습니다.

또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전용 121㎡) 는 5월 33억7000만원에 팔려, 직전 최고가37억원보다 3억원 이상 낮았습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5월 넷째 주부터 6주 연속 내림세고 강남구는 4주 연속 보합(0%)입니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강남 3구 마저 거래 침체와 매수 수요 감소로 매물이 쌓이는 상황”이라며 “가격 조정이 꽤 길게 이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집값이 내려가고 있는 것은 매수자를 찾는 게 어렵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집주인이 매수 희망자에게 매수 자금 절반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아파트를 팔겠다는 글이 올라 화제가 됐습니다.

자기를 다주택자라 소개한 글쓴이는 강남구 청담동의 32억원짜리 아파트를 30억원에 급매로 처분하면서 매수자에게 14억원을 빌려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실질적으론 일단 16억원을 받고 소유권을 넘기면서, 남은 14억원은 나중에 받겠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제안이 나온 것은 현행 부동산 규제 때문입니다.

청담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주택을 취득하면 2년간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합니다. 그래서 전세를 끼고 구입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그러자 글쓴이는 “매수자 입장에서 일단 16억원만 주고 소유권을 넘겨 받은 뒤, 2년 간 거주하고 전세를 놔 보증금을 받으면, 남은 14억원을 완납하면 된다”는 제안을 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글쓴이는 14억원을 실질적으로 빌려주는 동안 이자는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세입자를 구할 때까지 거액의 무이자대출을 해주는 것입니다.

청담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돈을 빌려주면서까지 집을 처분하려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최근 집을 팔아야 하는 집주인들의 사정이 그만큼 다급해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1~2년 ‘패닉 바잉’으로 서울 아파트 거래를 주도하던 20~30대 매수세도 뚝 떨어졌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 7917건 중 매수자가 30대 이하인 거래는 38.7%(3063건)로 집계됐습니다.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거래 비율은 2020년 하반기(40.2%) 처음 40%를 돌파한 뒤 작년 상반기 41.4%, 하반기 42%로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2030세대가 불안감으로 대출을 최대한 활용해 ‘영끌 매수’에 나선 탓입니다.

그러다 올해 상반기엔 40%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대출 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집값 고점 인식이 퍼지면서 2030 매수세도 꺾인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부동산 시장 한 전문가는 “최근 실물 경기 악화로 주택 수요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며 “단기간 주택 매수 수요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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