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오산 안성 등 경기 남부권 집값이 강세입니다.
이들 지역은 교통망도 잘 형성되지 않는 데다가 수도권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 ‘평택 이남은 쳐다보지도 말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소외된 곳이었는데요.
최근엔 전국에서 집값 상승률 1, 2위를 다툽니다. 수도권 집값 불장이 수도권 끝자락까지 남하하는 양상입니다.
21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평택 오산 안성 화성 부동산 시장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은 서울과 거리가 멀어 수도권이지만 지방처럼 여겨져 온 지역들입니다.
경기 안성은 인구 18만명에 불과한 데다 이렇다할 광역 철도망도 없지만 몇 달 새 1억~2억원씩 가격이 오른 단지들이 많습니다. 안성 공도읍 ‘우미린더퍼스트’ 전용 74㎡는 이달 4억3000만원에 매수됐습니다.
지난해 5월까지만해도 2억원 초반대에 거래되던 아파트인데요.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두 배가 넘게 뛴 것입니다. 인근 ‘금호어울림2단지’ 전용 102㎡ 역시 실거래가가 작년 말 2억3300만원에서 지난달 3억4900만원으로 상승했습니다.
인근 오산지역 주택시장도 회복세입니다. 원동 ‘운암청구’ 전용 84㎡는 최근 3개월 새 1억원 올라 4억원~4억3000만원대에 실거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향남역이 들어서는 화성 향남읍의 사정도 비슷합니다. 이 지역의 S공인 관계자는 “10년이 넘은 전용 84㎡ 아파트는 올 상반기까지만해도 3억원 초반대에서 중반대선이면 매수를 할 수 있었지만 최근엔 4억2000만~4억3000만원은 줘야 한다”고 소개했습니다.
“쳐다보지도 말라”던 그 동네마저 1년 새 집값이 2억이나 뛰었습니다. 이달 들어 평택 오산 화성지역 아파트값은 경기지역 전체에 비해 두드러진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데요.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셋째주(16일 기준) 경기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50% 상승했습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경기도가 포함된 수도권 상승률도 이번주 0.40%로 이달 들어 3주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특히 이번주 안성시 아파트는 0.89% 올라 경기도에서 가장 상승세가 가팔랐습니다. 오산(0.86%) 화성·평택(각 0.71%) 군포(0.70%) 등도 많이 올랐습니다.
경기도에서도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외곽 지역 위주로 집값이 뛴 것입니다. 정부가 연이어 ‘집값 고점’을 경고하고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아파트 상승세는 수도권 끝자락에서까지 더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오산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서울이나 타 경기지역은 이미 집값이 너무 올라 자금력이 약한 젊은 세대들이 진입하기 어렵다”며 “신혼부부나 30대 젊은층들이 집을 알아보러 많이 온다”고 전했다.
교통 호재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6월 발표된 제4차 국가철도망계획에 따르면 수도권 내륙선이 들어서면 안성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가 지나는 동탄신도시와 10분 생활권이 되는데요. 오산시와 평택시에서도 GTX-C 노선 연장 기대감이 큽니다.
시세차익을 노린 ‘갭투자’ 수요도 급격히 유입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취득세 중과 대상에서 배제되는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외지인 투자가 몰리고 있습니다. 아직 다른 수도권 지역보다 집값이 저렴해 다주택 규제를 받지 않는 공시가 1억원 미만의 매물이 많아서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이날 기준 신고된 내역에 따르면 안성시 공도읍 진사리 ‘주은청설’은 지난달부터 이달 16일까지 무려 총 85건의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이 단지 전용 39㎡는 지난 1월 73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으나 이달 11일 100% 가까이 오른 1억3450만원에 팔렸습니다.
서울만 집값이 오르는줄 알았는데, 이제는 교통편이 좋아진다는 소식에 경기 외곽지역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