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커 조직 어나니머스가 러시아를 향해 사이버 전쟁을 선포하고 정부 기관 사이트와 국영TV 채널을 해킹했습니다.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 파병에 선을 긋고 있지만, 세계적 해커 단체와 민간인이 사이버전으로 러시아에 반격을 가하는 셈입니다.

26일(현지시간) 어나니머스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의 국영TV 채널을 해킹했다고 밝혔습니다. 어나니머스는 “러시아 국영TV 채널들을 해킹해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진실을 방송하고 있다”며 송출되고 있는 방송 내용을 담은 영상을 올렸습니다.
영상엔 10여 개의 러시아 국영TV 채널에서 정규 방송 대신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과 우크라이나 노래 등이 송출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 및 국영 언론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이어진 뒤 크렘린궁 사이트도 이날 다운됐습니다.
사이트 접속이 차단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익명의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는 자신들이 사이버 공격의 배후임을 암시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했습니다.

어나니머스는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 국민들이 푸틴의 검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부 웹사이트를 다운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서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어나니머스는 앞서 러시아 국방부 사이트를 마비시키고 데이터베이스를 탈취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세계 해커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이후 어나니머스의 사이버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한편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도 자사 국제 뉴스 웹사이트와 체코어 및 폴란드어 웹사이트가 1시간가량 대규모 디도스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매체는 이번 공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 특수 군사작전에 대한 서방의 대러 제재 도입 이후 발생했다고 전했다. 같은 계열사인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도 디도스 공격을 받았습니다.


러시아 집권당인 ‘통합 러시아당’도 공보실을 통해 웹사이트가 대규모 디도스 공격을 받았으며, 공격에 개입된 2만 개 이상의 IP주소를 차단했다고 전했습니다.
페도로프 부총리는 이날 러시아의 사이버 침공에 맞서 싸울 정보기술(IT) 부대 창설 계획도 밝혔다. IT 부대가 공격할 대상으로는 러시아의 주요 정부기관과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 석유 생산업체 루크오일 등 총 31개 홈페이지를 제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