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중산층이라 불리는 무주택자들이 집을 구입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전국 주택구매력지수는 80.9로 통계를 작성한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주택구매력지수는 중간 정도 소득의 가구가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중간값 정도의 집을 산다고 가정할 때 대출 원리금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낸 것입니다.
집값 외에 가구 평균 소득, 대출 금리 등이 반영된다. 지수가 100보다 작을수록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작다는 뜻입니다.

소득보다 집값이 많이 오르고, 금리가 올라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이 늘어나면 지수가 하락합니다.
이 지수가 작년 12월 기준 전국 평균 80.9를 기록했고, 집값이 비싼 서울로 한정하면 40.4에 불과했다. 역대 최저치입니다.

전국 주택구매력지수는 2015년 3월 최고점(136.3)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100을 웃돌았습니다. 그러다 작년 3월(99.1) 처음 100 아래로 떨어졌고, 시중 대출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른 작년 9월 이후 대폭 하락했습니다.
지수 산정에 반영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작년 12월 연 3.63%로 1년 전(연 2.59%)보다 1%포인트 넘게 올랐습니다. 여기에 중산층 가구의 소득이 더디게 증가한 반면 지난해 집값이 급등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위 소득 가구가 대출을 끼고 살 수 있는 주택 재고를 나타내는 ‘주택구매잠재력지수’도 역대 최저입니다. 작년 4분기 서울의 주택구매잠재력지수는 3.5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서 월 소득 501만원(도시 근로자 3분위 가구 기준)인 가구가 살 수 있는 집이 하위 3.5%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 지수는 2015년 1분기 48.2로 가장 높았습니다. 7년 전만 해도 서울의 중산층 가구라면 대출을 받아 살 수 있는 집이 전체 주택의 절반가량 됐는데, 지금은 눈을 씻고 찾아야 겨우 보이는 수준이 됐습니다.

마지막 희망은 청약인데, 이마저 접근이 쉽지 않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작년 12월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평(3.3㎡)당 3294만3900원으로 1년 전(2826만7800원)보다 16.5% 올랐습니다. 작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률(8.02%)의 두 배가 넘습니다.
전문가들은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른 가장 큰 원인으로 지가와 건설원가 상승을 꼽습니다. 작년 서울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11.41%에 이릅니다. 기본형 건축비 역시 작년 9월 기준 평당 687만9000원으로 1년 사이 6.2% 올랐습니다.

서울에서는 전용면적 84㎡ 이하 중소형 평형 분양가가 대부분 9억원을 초과합니다. 작년 분양했던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는 74㎡ 분양가가 15억~17억원대였으며, 지난달 분양한 강북구 ‘북서울자이폴라리스’도 84㎡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었습니다.
올해 최대어인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도 전용 59㎡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둔촌주공의 토지분 분양가는 평당 약 2300만원, 건축비는 평당 1469만원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면 총 분양가는 평당 3700만원이 넘게 된다. 25평형의 분양가가 9억2500만원이 되는 것입니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으면 개별적으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습니다. 현금 여력이 없는 사람은 당첨돼도 고민인 것입니다.

건설사가 자체 신용으로 중도금 대출을 알선할 수는 있지만, 입주 때 갚아야 합니다. 여기에 입주 때 시세가 15억원을 넘으면 담보대출이 안 나와 최종 잔금을 치르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는 완공되자마자 의무 거주 기간(2~3년)이 있어서 전세를 줄 수도 없습니다. 사실상 분양대금을 100% 현금으로 조달할 수 있어야 분양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서민은 당첨돼도 입주를 꿈꾸기 어려운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청약이 자칫 현금 부자들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며 “투기는 원천 차단하면서 서민들의 내집 마련 창구는 열어줘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